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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파종 가능한 콩, ☞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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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파종 가능한 콩, ☞ 무엇이 다른가?

파종 적기는 언제일까? 봄에 심어 잘 자라던 종자가 가을에 심으니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작물 재배에서 이런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원인은 낮 길이와 온도 변화에 따라 언제 꽃을 피울지 결정하는 식물의 유전자(DNA) 설계도 때문이 라고 한다.

식물 체내 시계라고도 하는 식물 DNA 설계도를 이해하는 것은 최적의 작물 생장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 이다.

일본 종묘상 대표가 콩을 예로 든 설명에서 그 실제를 상세히 살펴본다.

글 이치가와 게이이치로(이치가와 종묘 대표) 번역 송동흠

종자 가게를 하고 있으면 해마다 질문을 받는 것이 있다.

“강낭콩을 6월에 파종하니 줄기만 무성해지고 좀처럼 수확할 수 없었어요.” “완두를 가을에 파종했더니 농사가 참잘됐는데, 남은 씨를 봄에 파종하니 제대로 수확이 안 돼요.”

식물은 계절 변화를 체내 시계로 관측하면서 ‘발아 → 신 장 → 꽃눈 분화 → 개화 → 결실’이라는 흐름의 일생을 반복한다.

식물을 잘 기르는 데 가장 기본은 파종 적기 다.

다른 시기에 수확하기 위해 일찍 파종하거나 늦게 파 종하려면 식물 체내 시계의 기본 틀을 깊이 알 필요가 있다.

그것이 해마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이다.

콩류 파종은 언제가 적기인가를 식물 체내 시계 이해를 전제로 살펴보고자 한다.

낮 길이 변화를 통해 기온 변화에 대비

 

식물은 크게 2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기온이 올라가는 시기에 왕성하게 생육하는 형태다.

콩류 중에는 대두·강낭콩·벨벳콩이 이에 속한다.

다른 하나는 반대로 기온이 내려가는 시기에 생육이 왕성한 형태다.

완두·잠두·병아리콩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온이 상승하는 시기에 생육하는 것은 대개가 따뜻한 남쪽, 저위도 지대 출신 식물이다.

추위를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기온이 내려가기 전에 꽃을 피워 종자를 남기려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기온이 내려가는 계절의 변화를 식물 체내에 낮 길이를 재는 탐지기로 알아채고 대비에 힘쓴다.

낮의 길이 변화가 곧 기온 변화의 사전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날씨는 엄청나게 덥더라도 하지를 지나 낮 길이가 짧아지면 꽃눈 분화를 시작하는 식물이 있는데, 낮 길이를 감응해 미리 저온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런 종류의 식물을 단일식물이라고 부른다.

북쪽으로 갈수록 단일성 약해

규슈에서는 단일성이 강한 만생종 가을 대두를 재배한다.

가을 대두의 파종 적기는 6월 하순~7월 중순이다.

최근 여름이 너무 더워 약간 늦춰 파종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같은 파종 적기를 벗어난 계절에는 제대로 재배할 수 없다.

재배 시기가 엄밀한 것은 만생종 대두가 계절을 판단하는 낮 길이 감지를 정확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찍 파종하면 잎과 줄기만 무성해 덩굴처럼 장관을 이루면서 꽃이 피지 않는다.

반면 늦게 파 종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달기는 하지만, 제대로 영글지 못해 미숙한 상태로 겨울을 맞는다.

다만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단일성이 약한 품종을 사용한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추위가 일찍 오기 때문에 다소 이른 여름부터 가을을 대비한 준비를 개시해야 한다.

규슈에서도 낮 길이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는 봄에 파종해 여름 대두를 재배하는 경우는 이런 식물의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풋콩용 품종 다수도 단일성이 약한 여름 대두에 속한다.

조생이나 중조생 풋콩을 여름에 파종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생육이 느린 만생 품종을 8월에 파종하면 서리를 맞아 수확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조생이나 중조생 품종을 8월 중순에 파종하면 10월 중순에 수확이 가능하다.

봄 파종에서는 생육 일수가 85일 정도에 이르는 품종이 더라도 여름에 파종하면 기온이 높기 때문에 60일 정도 만에 수확할 수 있다.

단일성이 약하고 온도를 느끼는 감온성이 강한 품종으로 추위가 오기 전에 수확까지 끝내기 위한 선택이다.

다만 생육 일수가 짧기 때문에 밀식해 수량을 확보하거나 멀칭으로 지온을 낮춰 초기 생육을 도와야 한다.

오이 뒷그루 작물로 제격인 덩굴성 강낭콩

 

강낭콩은 멕시코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고 생육 적온은 20℃ 이상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고온은 피해야 한다.

노지에서 파종 적기는 벚꽃이 질 무렵이며, 기온이 올라가는 시기에 생장이 좋지만 30℃를 넘어설 정도로 더위가 지나치면 생장이나 결실에 장해가 생긴다.

따라서 6월 에 파종하면 30℃ 이상의 한여름에 개화·결실에 이르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다.

잎과 줄기는 무성하게 자라 덩굴을 이루지만 열매는 제대로 얻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다.

다만 강낭콩은 단일식물이면서 대두에 비해 낮 길이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이에 생장도 빠르다.

따라서 8월에 파종하면 늦더위를 경험하는 중에 생장해 10월 수확이 가능하게 된다.

덩굴성 강낭콩을 오이 뒷그루 작물로 심는 것은 이런 특성에서 비롯된다.

오이 재배에서 이용한 지주나 망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추가 시비를 하거나 땅을 다시 갈 필요도 없다.

다른 과채류 출하가 크게 줄었을 때 수확해 시장에 출하하기 때문에 상대적인 평가도 좋다.

다만 덩굴이 있든 없든 시기적으로 태풍 영향을 받기 쉬운 때라는 것이 약점이다.

북쪽 식물은 여름을 겨냥, 봄에 개화

기온이 내려가는 시기에 생육하는 완두와 잠두를 살펴 보자.

완두 원산지는 중동이나 중앙아시아, 잠두 원산지는 카스피해 남쪽이나 중동이다.

추위와 건조에 비교적 강하지만 더위나 과습에 약하다.

생육 적온은 20℃ 이하다.

이들 북쪽, 고위도 지방 출신 식물은 고온건조한 여름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봄에 꽃을 피워 다음 세대를 이을 종자를 준비한다.

그래서 춘화 처리라고 하는 일정량의 저온(겨울)에 두면 꽃눈 분화 성질을 갖는다.

따뜻한 지방은 완두와 잠두를 가을에 파종하면 겨울을 날때 저절로 저온에 놓인다.

이 과정이 곧 춘화 처리가 되며, 꽃눈 분화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봄이 되면 쉬이 개화·결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재배 자체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혼슈 북쪽 일부 지역에서 완두류의 일종인 스위트피(sweet pea) 재배가 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완두류 개화에는 충분한 일조량이 필요한데 이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겨울에 빛은 비료보다 식물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빛이 강할수록 건강하게 생장할 수 있다.

하우스의 비닐을 새 제품으로 갈아주는 것으로도 일정 효과를 볼 수 있다.

잠두는 싹을 틔운 종자 상태에서도 저온 느껴

꽃눈 분화에 저온 자극이 필요할 경우 여름의 이른 파종은 곤란할 수 있다.

월동 재배를 한다면 겨울을 날 때 크든 작든 내한성이 늘어나기 때문에 일찍 파종하지 않는 쪽이 좋다.

잠두는 규슈 가장 아래쪽에 자리한 가고시마 등 극히 더운 지역 외에서 여름 파종을 하는 예를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이 같은 이유다.

실제 가고시마에서 여름 파종은 싹을 틔운 종자를 냉장 고에서 저온 처리해 꽃눈을 분화시키는 방법으로 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잠두가 어릴 때도 저온에 감응하는 종자 춘화형 식물이기 때문이다.

맥류와 배추·무 등도 잠두와 같이 종자가 수분을 흡수해 싹을 틔울 때부터 저온을 느끼는 종자 춘화형 식물에 속한다.

한편 싹을 틔울 때나 모종 상태일 때 저온을 느끼지 않은 채 일정 크기로 자란 후부터 저온에 반응해 꽃눈을 형성하는 식물도 있다.

양배추·브로콜리·양파·당근·딸 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조생 완두는 저온 없이도 꽃눈 분화

잠두와 같은 이유에서 중만생계의 완두도 여름 파종이 곤란해 10~11월에 가을 파종을 하고 있다.

15㎝ 정도 크기로 월동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보다 일찍 파종하면 지나치게 커버려 겨울 추위에 언 피해를 입기도 한다.

역으로 늦은 파종은 수확량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

한편 겨울 저온을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는 극조생이나 조생계 완두도 있다.

이들은 일정 크기가 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성질이 있다.

이런 성질로 인해 여름철 파종도 가능하다.

꽃눈 분화가 일찍 일어나는 품종일수록 여름 파종 등 이른 파종이 가능하다.

따뜻한 지역이라면 이들 품종은 가을 수확을 목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만일 하우스 재배로 월동이 가능하다면 늦가을에서 3월까지의 장기 수확이 가능할 수 있다.

완두는 발아 적온이 20℃ 이하이기 때문에 여름 파종을 할 때는 밤 온도가 약간이나마 내려가는 시기로 다소 미룰 필요가 있다.

그리고 봄 파종은 급격하게 온도가 상승하는 중에 장마로 과습하기 쉬운 때임으로 권장하지 않는다

디지털 농업 2023년 10월호